콩! 콩! 불러오는 중이에요…
THE WORLD
가을이 되어 벼가 익으면 고개를 숙입니다. 그러면 들판 곳곳의 벼 낟알들이 정미소로 모여듭니다. 정미소를 지나면 겉껍질을 벗고 흰 쌀이 되어 저마다 새 이름을 얻습니다. 삼광이, 미호, 찰떡이, 햅피, 든든이가 그렇게 태어났습니다.
단 하나, 상월이만은 벼의 모습 그대로 남았습니다. 해마다 새로 익는 벼들을 정미소까지 데려오는 길잡이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상월이는 식구들의 대장이자, 모두가 처음 만난 얼굴입니다.
상월농산 논에서는 벼만 자라지 않습니다. 밀과 콩도 같은 논에서 직접 기릅니다. 통밀이와 콩콩이는 그렇게 논에서 함께 자란 친구들입니다. 상월이의 말처럼, 쌀이든 밀이든 콩이든 상월농산 논에서 자랐으면 모두 식구입니다.
PROFILES
상월농산 · 벼 · 대장
“정미소로 간다! 줄 서!”
식구들 가운데 혼자만 껍질을 벗지 않은 벼입니다. 해마다 가을이면 깃발을 들고 들판의 벼들을 정미소까지 데려옵니다.
삼광미 · 분위기 메이커
“반짝! 오늘도 반짝!”
밝고 자신감 넘치는 반짝이. 머리 위 세 개의 빛은 맑은 쌀빛, 알맞은 찰기, 그리고 웃음이라고 우깁니다.
미호미 · 총무
“식어도, 한결같이.”
차분하고 한결같은 반듯이. 멥쌀과 찹쌀 사이의 중간찰 쌀이라, 찹쌀을 섞지 않아도 부드럽고 식어도 딱딱해지지 않는 게 자랑입니다. 삼광이와는 티격태격 단짝입니다.
찹쌀 · 화해 담당
“우리 찰싹 붙어 있자.”
뽀얗고 다정한 찹쌀. 찰밥·약밥·떡 담당이고, 식구들이 다투면 슬그머니 사이에 끼어 하트를 내밉니다.
햅쌀 · 막내
“처음이에요! 이것도 처음이에요!”
그해 갓 수확한 햅쌀이라 가을에만 만날 수 있는 막내입니다. 상월이의 깃발을 몰래 들어 보는 게 꿈입니다.
일반미 · 살림꾼 · 부대장
“밥은 먹고 다니자.”
매일의 밥상을 책임지는 일반미. 식구들 밥을 챙기는 살림꾼이자 상월이의 오른팔입니다.
일반현미 · 느긋한 이불
“한 겹 더 입고 왔어.”
겉껍질만 벗고 속껍질 한 겹은 그대로 입고 온 현미입니다. 그 한 겹을 초록 목도리로 두르고 다니는 포근한 식구입니다.
찹쌀현미 · 찰떡이의 사촌
“쫀득쫀득, 꼭 붙어!”
찹쌀처럼 통통하고, 현미처럼 속껍질 한 겹을 입어 밝은 갈색인 찹쌀현미입니다. 방울 털모자를 쓴 찰떡이의 사촌입니다.
국산 통밀가루 · 논 친구
“통째로 좋아!”
상월농산이 논에서 직접 기르는 밀입니다. 껍질째 통으로 빻은 통밀가루가 되어 식구가 됐고, 볼에는 늘 밀가루가 묻어 있습니다.
국산 메주콩 · 논 친구 · 개구쟁이
“콩! 콩! 콩!”
상월농산이 논에서 직접 기르는 메주콩입니다. 머리에 떡잎을 단 채 콩콩 뛰어다니는 개구쟁이이고, 햅피와 제일 친합니다.
RELATIONS
상월이 · 든든이
상월이가 앞장서면 든든이가 뒤에서 식구들을 챙깁니다. 상월이가 끼니를 거르면 제일 먼저 알아채는 것도 든든이입니다.
상월이 · 햅피
상월이가 가을마다 가장 먼저 데리러 가는 식구입니다. 햅피는 상월이처럼 깃발을 드는 대장이 되고 싶어 합니다.
삼광이 · 미호
반짝이와 반듯이. "누가 더 맛있냐"로 늘 다투지만, 한 명이 안 보이면 다른 한 명이 제일 먼저 찾습니다.
콩콩이 · 햅피
막내 둘. 콩콩이가 뛰면 햅피가 따라 뛰고, 둘이 지나간 자리는 미호가 다시 정리합니다.
통밀이 · 든든이
같은 논에서 자란 통밀이와 살림꾼 든든이는 부엌에서 제일 자주 마주칩니다. 둘이 같이 있으면 늘 뭔가 구수한 냄새가 납니다.
쫀득이 · 찰떡이
둘 다 찹쌀이지만 쫀득이는 속껍질 한 겹을 입고 왔습니다. 찰떡이는 그 갈색 모자가 부럽고, 쫀득이는 찰떡이의 뽀얀 얼굴이 부럽습니다.
포근이 · 쫀득이
한 겹 더 입고 온 현미 둘. 추운 날이면 포근이의 목도리와 쫀득이의 털모자가 나란히 정미소 난롯가에 앉아 있습니다.
찰떡이 · 삼광이
삼광이와 미호가 다투면 찰떡이가 둘 사이에 끼어 앉아 하트를 내밉니다. 그러면 싸움이 흐지부지 끝납니다.
STORIES
봄 모내기부터 겨울 밥상까지, 식구들의 짧은 이야기입니다.
프롤로그
아주 오래전 가을, 상월면 들판의 벼들이 처음으로 정미소에 모였습니다. 정미소를 지나면 껍질을 벗고 흰 쌀이 되어 저마다 새 이름을 얻는다고 했습니다.
모두가 줄을 서는데, 한 낟알이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내년에 익을 벼들은 누가 데려오지?"
그 낟알은 줄에서 빠져나와 껍질을 입은 채 남았습니다. 그해부터 그 낟알은 깃발을 들고 들판과 정미소 사이를 오갑니다. 식구들은 그를 상월이, 대장이라고 부릅니다.
밀짚모자 띠의 금빛 별은 4대째 정미소를 지켜 온 사람들이 대장에게 달아 준 것이라고, 상월이는 자랑합니다.
1화
물을 댄 논에 어린 모가 줄지어 심기던 날, 상월이는 논두렁을 따라 걸으며 모 하나하나에게 인사했습니다.
"잘 자라라. 가을에 내가 데리러 올게." 상월이는 깃발을 높이 들고 말했습니다. "정미소로 간다! 기억해!"
뒤따르던 든든이가 주걱을 흔들며 웃었습니다. "대장, 약속만 하지 말고 밥도 먹고 다녀." 상월이의 밀짚모자가 바람에 날아간 건 그때였습니다.
2화
초여름, 밀이 누렇게 익자 정미소 문 앞에 누군가 밀가루 포대를 메고 나타났습니다. 볼에 하얀 가루를 잔뜩 묻힌 밀알이었습니다.
"나도 상월농산 논에서 자랐어. 벼 말고 밀로. 여기 식구가 되고 싶어서." 통밀이가 쭈뼛거리며 말했습니다.
상월이가 깃발을 한 번 크게 흔들었습니다. "쌀이든 밀이든, 상월농산 논에서 자랐으면 다 식구다! 줄 서!" 든든이는 벌써 밥그릇을 하나 더 꺼내고 있었습니다.
3화
장마가 길게 이어지던 밤, 상월이는 정미소 창가에서 들판 쪽만 바라보았습니다. 빗소리가 커질수록 깃발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습니다.
든든이가 따뜻한 밥 한 그릇을 내밀었습니다. "얘들아, 걱정은 배부르게 하자." 찰떡이가 슬그머니 상월이 곁에 붙어 앉았습니다. "우리 같이 있을게요."
아침이 되자 비가 그치고 해가 났습니다. 삼광이가 창문을 활짝 열며 외쳤습니다. "반짝! 논도 반짝!" 들판의 벼들은 한 뼘 더 자라 있었습니다.
4화
벼가 고개를 숙인 가을 아침, 상월이는 깃발을 세우고 들판으로 나갔습니다. 그리고 올해 가장 먼저 여문 벼 한 톨을 정미소로 데려왔습니다.
정미소를 지나자 벼 껍질이 톡 깨지고 작은 쌀알이 나와 소리쳤습니다. "처음이에요! 해도 처음, 바람도 처음이에요!" 껍질 한 조각이 모자처럼 머리에 얹혀 있었습니다.
식구들은 올해의 햅피를 맞이했습니다. 든든이가 제일 먼저 밥을 챙겨 주었습니다.
5화
콩깍지가 여무는 가을, 논 쪽에서 "톡!" 소리가 나더니 연노란 콩 하나가 정미소 마당으로 콩콩 튀어 들어왔습니다. 머리에는 떡잎 한 쌍이 달려 있었습니다.
"콩! 콩! 콩! 나 콩콩이!" 햅피가 눈을 반짝였습니다. "선배도 처음이에요? 저도 처음이에요!" 둘은 그날 해가 질 때까지 마당을 뛰어다녔습니다.
저녁이 되어 미호가 벽에 붙여 둔 할 일 표가 발자국투성이가 된 걸 발견했습니다. 화를 내려던 미호는 두 막내가 나란히 잠든 걸 보고, 표를 조용히 새로 적었습니다.
6화
삼광이가 반짝이를 돌리며 말했습니다. "맑고 찰지고, 밥맛은 나지!"
미호가 넥타이를 고쳐 매며 받아쳤습니다. "밥은 식어도 부드러워야지요. 도시락 뚜껑을 열 때 알게 될 거예요."
말다툼이 길어지자 찰떡이가 둘 사이에 끼어 하트를 내밀었고, 든든이가 정리했습니다. "밥상마다 맞는 쌀이 다른 거야. 갓 지은 흰밥엔 삼광이, 도시락엔 미호, 명절엔 찰떡이. 그리고 매일은 나." 모두 웃었습니다.
7화
미호는 아침마다 머리끝 한 가닥을 빗어 눕혔습니다. 그런데 돌아서면 그 한 가닥이 다시 쏙 섰습니다.
"반듯이 머리가 또 섰다!" 삼광이가 놀리자 햅피가 눈을 동그랗게 떴습니다. "선배, 그거 멋있는데요? 식었다 데워도 그대로예요?"
미호는 잠깐 생각하더니 빗을 내려놓았습니다. "그러네요. 식어도, 얼었다 녹아도 그대로인 게 제 자랑이었지요." 그날부터 미호는 머리를 빗지 않습니다.
8화
햅피가 상월이의 깃발을 몰래 들고 정미소를 누비다가, 그만 기계에 깃발이 걸렸습니다.
상월이는 혼내는 대신 깃발을 풀어 햅피 손에 다시 쥐여 주었습니다. "깃발은 앞장서는 쪽이 드는 거야. 내년엔 네가 새 햅쌀들한테 길을 알려 줘."
햅피는 그날부터 매일 아침 식구들보다 먼저 일어납니다.
9화
어느 날, 정미소를 지나온 쌀알 가운데 갈색 쌀알 둘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초록 목도리를, 하나는 방울 털모자를 쓰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겉껍질만 벗고 속껍질 한 겹은 그대로 두었어." 포근이가 느릿하게 말했습니다. 쫀득이는 찰떡이를 보자마자 달려가 손을 꼭 잡았습니다. "사촌! 나도 찹쌀이에요!"
미호가 식구 명단에 두 이름을 또박또박 적었습니다. 그날 밤 난롯가는 평소보다 조금 더 따뜻했습니다.
10화
명절이 다가오자 찰떡이가 제일 바빠졌습니다. 찰밥도 하고, 약밥도 하고, 떡도 쪄야 했습니다.
미호는 할 일을 차례대로 적어 벽에 붙였고, 든든이는 모두의 끼니를 챙겼습니다. 햅피는 처음 맞는 명절이 신기해서 떡시루 앞을 떠나지 못했습니다. "떡 찌는 냄새도 처음이에요!"
일을 다 마친 밤, 찰떡이는 식구들을 한 명씩 꼭 껴안았습니다. "올해도 우리 찰싹 붙어 있었네요."
11화
햅쌀은 9월부터 12월까지만 만날 수 있습니다. 한 해의 끝이 다가오자 햅피는 조용히 편지를 썼습니다.
"내년에 올 햅피에게. 대장님 깃발은 무거워 보여도 금방 익숙해져요. 든든이 선배 밥은 꼭 두 그릇 드세요. 그리고 처음인 건 다 신나요."
상월이는 그 편지를 밀짚모자 안쪽에 넣어 두었습니다. 내년 가을, 새 막내를 데리러 가는 날 꺼내 줄 생각입니다.
캐릭터와 이야기는 상월농산을 재미있게 소개하려고 지어낸 것입니다. 상품 정보는 각 상품 페이지의 설명을 따라 주세요.